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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업무 연락도 불법"… 법원, '연결되지 않을 권리' 위반 첫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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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률일보) 김태훈 기자 = 퇴근 후 사내 메신저나 인공지능(AI) 협업 툴을 통한 업무 지시는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휴식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사측이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올해 1월 1일 본격 시행된 '연결되지 않을 권리(근로기준법 제54조의2 개정안)'가 실제 재판에서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최원석)는 16일, IT 중견기업 전 개발자 이모(34) 씨가 전 직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측은 이 씨에게 위자료 1,200만 원과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68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사내 AI 업무 할당 시스템을 통해 퇴근 이후 및 주말 동안 주당 평균 8차례 이상의 긴급 오류 수정 및 코드 리뷰 요청을 받았다. 사측은 "AI 시스템의 자동 호출이었을 뿐, 상급자가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며 근무 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자동화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관리·감독 권한 내에서 발송되었고, 확인하지 않을 경우 심리적 압박감을 주어 실질적으로 대기 상태를 강제했다면 이는 명백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개정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정규 근로시간 외에 근로자에게 유무선 통신망을 이용한 지시를 내려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해 지속해서 사생활 평온을 해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2026년 제도 도입 초기부터 노사 간 뜨거운 쟁점이었던 '비대면·자동화 업무 연락의 근로 인정 범위'에 명확한 사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동법 전문 법무법인 지평의 정해민 변호사는 "그동안 현장에서는 'AI 알림'이나 '단순 확인용 메시지'라는 이유로 퇴근 후 연락이 공공연히 이어져 왔다"며 "이번 판례로 인해 기업들은 근무시간 외 메신저 차단 기능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등 인사관리 시스템 전반을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오는 5월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근로감독 기획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thkim@lawdaily.co.kr

2026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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