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맹점주(자영업자) 단체에 법적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필수품목 강매 등 불공정 횡포를 규제하기 위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본회의 부의 요구)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을 상임위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접 부의할 수 있는 국회법 조항을 둘러싼 치열한 입법 전쟁이다.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점주가 모인 '가맹점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나 지자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된 점주단체가 본사에 필수품목 가격이나 마케팅 비용 분담에 관한 협의를 공식 요청할 경우 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협의 의무제(단체교섭권)'를 신설한 점이다. 또한 치킨, 피자, 카페 등 프랜차이즈 본사가 주방세제, 포크 등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물품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마진을 챙기던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무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과 필수품목 갑질로 벼랑 끝에 몰린 30만 가맹점주를 구제하기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가 불가피하다"며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가맹점주에게 노조와 유사한 단체협상권을 부여할 경우 복수 점주단체의 난립과 끝없는 분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퇴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필수품목 지정 가이드라인과 표준계약서 개정을 통한 자율 상생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입법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업계는 "K-프랜차이즈의 혁신과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며 헌법소원 검토를 밝힌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와 점주가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생 입법"이라며 본회의 통과를 호소했다. 정무위는 여야 대립 속에서도 3월 본회의 상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참여연대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로부터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조속한 본회의 처리를 호소했다. 정무위는 여야 원내대표 협의를 통해 3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안 심의 경과를 지켜보며 필수품목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현장 직권조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